초저녁 초승달

 

곧 사라질 목숨이라 날카롭다

함부로 정 주지 말아야겠다고

고개 숙이는 순간

별들이 일제히 솟구쳐 오른다

 

관속에 누워

발에 걸어놓은 꽃신 같아

마지막 가는 길의

저 달이 외눈처럼 애처롭다

 

대낮같이 환한 저녁에

웬 상흔 같은 달이람

무수하게 칼에 베어서

눈썹만큼만 남은 마음이

낯 가리며 떴구나

 

물 하나 건너가겠다고 하니

사랑은 너무 멀리 있고

줄 하나 잡고있겠다고 하니

이별이 너무 길구나

 

허공에 곧 파묻힐

生을 견딜 수가 없었는지

바람에 곧 끊어질

命을 참을 수가 없었는지

초저녁 가슴이 출렁 내려앉는구나

초승달 다리가 휘청 주저앉는구나

 

늦은 오후와 헤어져

발길 돌리는 초저녁 위로

아라비아 모래언덕 같은

초승달이 떠 있네